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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논설
구덩이가 깊어진다
벌써부터 우리나라 사람에게 미워함을 일본인들이 여러 모양으로 샀으니 참 두 나라 사람 마음 사이에 깊은 구덩이가 있는지라. 저번에 쓴 약조기(約條記)로 결합하였다 하나 이것은 쓸데없는 것이오 마음이 결함하는 것이라야 하리니 두 나라 사람 마음 사이에 있는 구덩이를 반드시 의와 좋은 행위로 메울 것인 즉 우리가 깊이 원하는 대로 일본 두 편당 중에 대한 복됨을 생각하는 편당에서 대한국 일을 다스리기로 착실히 바랬더니 애처롭도다. 이 사이 되는 일을 본즉 우리 바라던 것은 영형(影形)도 없을 뿐 아니라 두 나라 사람 마음 사이에 있는 구덩이가 아주 더 넓고 깊어지는도다.
본월 초1일에 칙령으로 우리나라 병정을 헤치기에 아침부터 12시 까지 우리나라 병정과 일본 병정이 서로 싸워서 양편에 죽고 상한 자가 많았으니 이는 그 구덩이를 의와 좋은 행위로 메운 것이 아니라 피로 메움이니 합하기 가장 어렵게 되었도다.
혹 말하되 칙령으로 병정을 헤치거늘 왜 병정들이 순종치 아니하고 아니 헤어지려 하였느뇨. 대답하되 순종치 아니하면 순종케 할 일이 여러 모앙이 있는데 어찌하여 제일 보기 어려운 혹독한 모양과 제일 합하기 어려운 미워함을 크게 만드는 모양을 하였느뇨. 우리나라 백성이 이렇게 하는 것을 보고 어찌 이런 행위가 법을 잘 지키게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는 줄로 알고 대한국을 업수이 여기며 해하는 마음에서 나는 줄을 모르겠느냐.
일본 사람은 애국심이 많다면서 우리나라 병정의 애국심 있는 줄은 몰랐는가. 나라사랑하는 것을 일본인들이 제일 좋고 높일 것인 줄로 안다면서 어찌하여 우리나라 병정의 애국하는 것은 좋고 높일 것인 줄을 몰랐는고. 일본밖에 온 세계에 나라 없는 줄로 아는가. 혹 우리가 같은 인류가 아닌 줄로 알았는가. 병정을 헤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인즉 병정의 마음을 상하지 말 것을 거의 하기로 힘쓸 것인데 어찌하여 헤칠 때에 병정의 마음을 크게 상하고 부끄럽게 하는 모양으로 하였는가. 어찌하여 억지로 순종케 하려 할 때에 일본 병정만 가지 않고 개 잡으러 가는 것 같이 철장과 지팡이와 망치 가진 일본 하인 무뢰배들을 많이 풀어 병정과 합력하게 하였는가.
어찌하여 싸운 후에 군기 없는 병정을 나라 법대로 잡지 아니하고 칼과 총을 가지고 치며 쏘아 죽여 잡았는고. 싸우다가 죽고 상한 후에는 다시 원수가 없고 공경할 것 뿐이라 함은 각 문명국에 공변된 법인데 어찌하여 열국공법을 모르고 우리 상하고 죽은 병정을 메어가는 일본 하인들이 메고 뛰며 마구 흔들고 웃고 욕하며 일본 하인의 남녀 무리가 부끄러움 없이 메고 가는 시체를 따라 가며 짓거리고 죽은 병정의 어미나 처자들의 우는 것을 비웃되 장관들이 아무 말고 아니하고 좋아하는 모양으로 하였는가. 이런 것을 보니 일본인들이 혹 말로만 개화하고 진실로는 개화하지 아니하였는지 혹 군기밖에는 온 세상에 힘이 없는 줄로 아는지 모르거니와 일본인이 항상 우리나라에 이런 행위만 하면 우리나라를 아무리 개화시킨다고 설명하나 반드시 못 될 것은 우리나라 백성이 이런 개화는 크게 미워하고 저 귀여운 거사로 앎이로다.
병장기 힘 밖에 또 다른 단단한 힘이 있느니 우리나라 백성이 사람이오 짐승이 아닌 즉 짐승같이 때려 다스리지 못할지라. 그런 줄을 모르면 얼마동안에 일본 일이 우리나라에서 될 듯 싶어도 오래도록 되지 못하리라. 우리는 이런 것을 보고 우리가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된 줄을 알아 약함을 고치기로 힘쓸지니 힘만 쓰면 암만 이해한 대랑구(大狼口)와 창검(創劍)의 힘이 없어도 마음에 있는 참 힘으로 나라를 일으키는 연고는 세계 각국 사기를 보건대 군기의 힘이 나라의 참 힘이 아니오 군기 힘만 있는 나라는 한참동안에 유명한 모양이 있어도 오래는 견디지 못하였으니 나라의 참 힘이 백성의 마음속에 있는 힘이오 그 힘은 우리의 마음에 참 있는 힘이니 사랑하는 동포들은 이런 어려운 경우에 바람을 잃지 말고 그 힘을 보존하고 그 힘을 커지게 하고 그 힘을 드러낼지어다.